이미 늦었습니다.
2021. 8. 25. 20:33ㆍ일상
728x90
수요일 아침 외래 시간이었다.
중년의 아주머니가 약을 타러 오셨다.
"지금은 괜찮은데, 전에 속이 쓰려서요. 약 좀 주세요."
그러고마 하고, 차팅을 하며, 오더를 넣는데,
갑자기 대뜸 또 질문을 한다.
"이름이 진짜 □□□인가요.?"
어느 지역구 국회의원과 이름이 같은 탓에 종종 받던 질문이라 으레 대답하듯.
"네, 근데 요즘 그 분 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안 들더라구요."
그렇게 내 말을 마치고 또 차팅을 하며 이것저것 묻는데, 또 진료와는 상관이 없는 질문을 큰 웃음을 지으며 하신다.
"총각이세요?"
항상 머리를 스포츠 머리로 짧게 깎는 탓에 좀 어려 보였나보다. 레지던트 때에는 (간호)학생이냐고 묻는 할아버지도 있었더랬다.
"아니요"
내가 사무적으로 대답했다.
"그럼... 와이프가 의사인가요?"
내 직업도 아니고 내 와이프 직업이 왜 궁금한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, 이내 대답해 주었다.
"아니요. 아닙니다."
뭐 때문에 그런 걸 물어보나 싶었는데, 대뜸 자기 딸 이야기를 꺼낸다. 마치 자기가 왜 이런 질문을 했는가에 대한 변명이라도 하는 것처럼.
"우리 딸이 이번에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인데, 올해로 30살이에요."
ㅋㅋㅋㅋ 무슨 의미인지 알아 차렸다.
그리고 웃으며 한 마디 했다.
"이미 늦었습니다."
'일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스타벅스 리유저블컵 (0) | 2021.09.25 |
---|---|
헌혈 100회 (0) | 2021.09.12 |
감고개공원 (0) | 2021.07.10 |
2021. 7. 4. 주일예배 말씀 (0) | 2021.07.04 |
장사해수욕장 with 장사상륙작전 승전기념관 (0) | 2021.07.03 |